곽상수의 송무백열(松茂柏悅)

단풍에서 배우는 생존전략

,곽상수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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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대지역의 많은 식물은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이면 잎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다. 그래서 단풍 소식은 북쪽에서 시작된다. 식물의 잎 색깔은 주로 녹색, 노란색, 오렌지색, 붉은색과 이들의 조합이다. 녹색이던 잎이 추운 환경에 적응해 생존하기 위해 각종 단풍으로 변한다. 녹색은 광합성에 가장 중요한 색소인 엽록소가 담당하고 노란색, 오렌지색과 붉은색은 카로티노이드계 물질에 의해 정해진다. 일부 식물에서 생산되는 자색은 안토시아닌계 물질이다. 단풍의 주된 화학물질은 항산화물질로서 식물뿐만 아니라 우리 몸과 지구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외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체 내 고마운 산소가 활성(유해)산소로 바뀌게 된다. 정상적인 신진대사에서 발생하는 소량의 활성산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나치게 발생하면 단백질을 변성시키거나 정상적인 DNA 합성을 방해해 세포에 치명적이다. 활성산소를 제때 제거하지 못하면 세포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노화가 촉진되며 질병(암)을 일으킨다. 생물은 외부 스트레스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대표적이고 공통적인 생존전략으로 항산화물질(antioxidant)을 생산한다.

온실가스로 인한 심한 기후변화는 단풍철과 꽃이 피는 시기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지구촌 곳곳은 심한 고온과 저온, 가뭄과 폭우, 산불 등 기후재앙이 심각하다. 동식물을 포함 한 모든 생물은 심한 온도변화나 가뭄, 해충과 질병 등 외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생로병사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금 문제가 되는 코로나 팬데믹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결과다. 건강을 지키려면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항산화물질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건강하면 코로나 감염에도 피해가 적고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식물유래 건강식품은 항산화물질을 공통으로 많이 포함돼 있다. 식물은 나쁜 환경에서도 안전한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어 생존을 위해 동물에 비해 다양한 종류의 항산화물질을 많이 만들면서 진화해 왔다. 식물이 생산하는 대표적인 항산화물질로는 비타민C, 비타민E(토코페롤), 카로티노이드, 폴리페놀 등이다. 광합성의 주된 색소인 클로로필과 보조색소인 카로티노이드는 모든 식물에 존재한다. 폴리페놀의 한 종류인 안토시아닌은 블루베리, 자색고구마, 적포도에 많이 함유돼 있다. 값비싼 건강식품도 몸에 좋겠지만 제철에 생산되는 과채류를 골고루 먹으면 기본 건강유지에 도움이 된다. 특히 카로티노이드는 건강과 지구를 지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광합성의 보조색소이기도 한 카로티노이드(carotenoid)계 화합물은 식물을 비롯해 미세조류, 미생물에 수백 종류가 있다. 특히 토마토와 수박은 리코펜(붉은색)을, 고구마, 당근, 호박은 베타카로틴(황색)을, 식물 잎에는 루테인(보라색)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들은 노화 방지뿐만 아니라 눈 질환, 암 등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고구마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고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평가되는 주된 이유는 항산화물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필자 연구팀은 황색 고구마에서 카로티노이드 축적에 관여하는 '오렌지 유전자'를 분리해 다른 품종의 고구마나 감자, 알팔파 등에 많이 발현시킨 결과, 고온과 가뭄에 잘 견디는 것을 확인했다. 스트레스 환경에서 카로티노이드 성분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 사람의 건강과 지구를 지키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오렌지 유전자를 이용한 새로운 품종육성이 기대된다.

과일과 곡물의 껍질에는 강한 햇빛이나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항산화물질을 많이 생산한다. 과일 껍질과 거친 곡물이 건강에 좋은 이유다. 단풍의 생존전략을 이해하면 우리의 건강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신품종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중도일보 사이언스칼럼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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