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의 송무백열(松茂柏悅)

기후위기시대 '과학자의 소임'

,곽상수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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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재앙 시대에 살고 있다. 올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홍수, 폭염, 대형 산불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 감염병은 향후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라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1968년 지구의 유한성(有限性)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설립된 '로마클럽'은 1972년 보고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에서 천연자원의 고갈, 공해에 의한 환경오염, 개발도상국의 인구증가로 인한 사회문제를 심도 있게 지적했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세계 환경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인류가 당면한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UN 3대 환경협약(1993년 생물다양성, 1994년 기후변화, 1996년 사막화방지)을 체결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실효성 없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는 2012년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환경 분야 세계은행인 녹색기후기금(GCF)를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특히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받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한국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37%를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자발적으로 약속했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목표치를 5억3600만톤으로 설정해 매년 10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1000만톤씩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린 뉴딜정책에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구체성이 없다.

한국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1인당 배출량 4위이다. 2007~2017년 OECD 국가들은 탄소 배출량을 평균 8.7% 줄였는데 우리는 오히려 24.6%나 늘었다. 한국은 국제사회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과 역행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climate villain)이라 불리운다. UN으로부터 가장 혜택받은 한국은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을 솔선수범해 지켜야 한다.

UN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는 97억명이 될 것이며, 지금 추세대로 식량과 에너지를 사용하면 식량은 지금의 1.7배 그리고 에너지는 3.5배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현재 세계 인구 78억명 가운데 만성적 식량부족과 영양결핍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약 8억3000명이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매년 1%씩 감소했다. 2019년 곡물자급률 21%는 국가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수준이다.

음식물 낭비는 세계 최고급이다. 통계청은 올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홍수 등 기상재앙으로 1965년 이후 가장 낮은 약 350만톤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FAO, WHO, WTO 사무국장은 공동 성명서에서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출제한, 농업생산 감소 등으로 세계 식량안전보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과학기술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인류가 당면한 대부분의 문제들도 과학기술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보여준 우수한 K-방역처럼 과학기술 전문가집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면 기후위기시대, 특혜받은 과학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에너지, 환경, 식량, 보건 문제를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해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과다하게 사용한 화석 에너지는 지구 규모의 심각한 환경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식량문제, 보건 문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에너지, 환경, 식량, 보건 문제는 개별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문제로 하나의 유기체(organism)로 인식할 때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에너지 관련 연구자도 환경, 식량, 보건 문제에, 식량 관련 연구자도 에너지, 환경, 보건 문제에, 보건 관련 연구자도 에너지, 환경, 식량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듯이 과학자들은 지구가 당면한 모든 문제에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로 당면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할 때도 직접 온실가스 줄이는 일에 솔선수범하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가중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현안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학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분명하다. 전문 과학자는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유전자변형(GM)식품, 원자력에너지에 대해서도 정치적 진영 논리가 아닌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 공유, 소신 발언과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옳다고 생각하면 소신껏 행동할 때다.

둘째, 온실가스 줄이기, 말이 아닌 솔선수범이다.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줄이는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온실가스 감소는 국민 모두가 코로나 방역 이상의 실천이 절실하다. 특히 특혜받은 사회지도층부터 앞장서면 효과가 클 것이다. 연세대 송 복 명예교수가 저술한 '특혜와 책임'에는 특권층에 대한 정의가 잘 명시되어 있다. 고위공무원,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대학교수, 출연(연) 연구자도 특권층에 해당된다.

교통수단에 대해 온실가스 줄이는 방법과 더불어 건강한 몸을 만드는 방법을 제안한다. 웬만한 거리는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 타기, 자동차 함께 타기, 소형차나 경차 타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휘발유 1리터는 이산화탄소 2.3kg를 배출한다. 물론 직업이나 대중교통의 접근성 등 여러 사정으로 승용차가 필요한 사람은 자가운전을 해야 한다. 이 경우도 중대형 승용차 보다는 경차나 소형차를 이용하면 지구도 살리고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BMW' 즉 자전거(Bike), 지하철(Metro), 도보(Walking)에 익숙하면 큰 불편함 없이 행복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필자는 BMW가 환경, 에너지, 건강, 경제, 시간 등 10가지 이상의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2013년 과학칼럼 'BMW 1석 10조 이상의 효과'에 상세히 소개한 바 있다.

자가운전에 익숙한 사람도 BMW를 6주 정도 실천하면 익숙해지리라 확신한다. 운동이 어떻게 행복과 희망, 친밀감과 용기를 찾도록 돕는가에 대해 다룬 건강심리학자 캘리 맥고니걸이 지은 '움직임의 힘'을 참고하면 BMW 실천에 도움이 되겠다.

움직임이 많지 않은 성인도 고강도 운동을 시작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하다가 6주 만에 정점에 도달한다고 소개한다. 운동이 습관화되면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뇌 부위에는 근심을 없애고 행복을 선사하는 화학물질 '엔도카나비노이드' 수용체가 풍부해지고 뇌 보상체계에서 '도파민'을 증가시켜 낙관적인 감정을 갖는 것이 밝혀졌다.

셋째, 코로나 팬데믹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맞이하자.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그 가운데 과학기술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성이 큰 인수공통 감염병이 앞으로 잦은 빈도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치료제와 백신이 빨리 개발돼야 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인수공통 감염병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염병의 원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근 영국 엑시타대 연구팀은 산림벌채, 도시화, 열대림 훼손으로 농지면적 증가가 동물의 행동 변화를 일으켜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을 초래했다고 학술지 '포유류 리뷰'에 발표했다. 영국의 저명 영장류 동물학자도 지난 6월 학술행사에서 코로나 팬데믹은 산림훼손, 종의 멸종, 서식지 파괴 등 인류가 환경과 동물을 존중하지 않아 자초한 결과로 인류가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20세기 들어와 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이 인수공통 감염병에 속하며,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2010년부터 기후와 환경변화가 인수공통 감염병 출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해 왔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자연을 덜 건드리는 삶의 방식을 통해 신종 감염병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생태백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전염병의 역사분석을 통해 팬데믹의 원인은 인간의 생태계 교란에 기인하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명의 발전을 이루면서 생태계와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과학과 기술' 6월호에서 강조했다.

기후위기시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하고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 전염병을 근복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선 인간욕망에서 생태중심 생명 가치관으로의 대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생태는 생명과 환경을 합한 개념으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이들의 서식지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미래 감염병 팬데믹을 막기 위해선 생태보존과 온실가스 줄이는 일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선배과학자의 시대정신을 계승 발전해야 한다. UN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2015-2030)'에서 17개 큰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국가 생존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 온실가스 감축, 지속가능목표 달성을 위한 UN과 국제사회에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UN에 혜택을 누린 우리는 정책입안자, 지식인, 국민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에 솔선수범해야 할 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전국립현충원 사회유공자묘역에는 3분(최형섭박사, 한필순박사, 최순달박사)의 자랑스러운 선배과학자가 안장돼 있다. 우리나라 과학재상으로 과학입국의 초석을 닦으신 故 최형섭 박사님 묘비에 적혀 있는 '연구자의 덕목'을 상기하고 계승 발전해야 한다.

"연구자는 정직해야 한다. 부귀영화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시간에 초연한 생활연구자가 돼야 한다. 직위(보직)에 연연하지 말고 직책에 충실해야 한다. 아는 것을 자랑하지 말고 모르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故 최형섭 박사님의 연구자의 덕목이다. 지금도 되새기고 계승해야 할 참으로 소중한 말씀이다. 또한 우리나라 원자력에너지 자립을 위해 노력하신 故 한필순 박사님과 우리별 과학위성을 쏘아 올린 故 최순달 박사님의 도전정신을 배워야 할 때다. 정치적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시대정신에 입각하여 과학역사를 만들어 오신 선배님들이 오늘을 사신다면 후배 과학자들에게 어떤 촌철살인(寸鐵殺人) 말씀을 하실지 생각해 본다.

다섯째, 과학자의 3가지 책무

나는 조심스럽게 내가 생각하는 과학자의 책무 3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과학자는 맡은 분야에서 연구결과로 승부해야 한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소속기관의 역할과 책임 (role and responsibility)에 따라 최선을 다해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해 사람을 키워야 한다. 연구자 동료뿐만 아니라 후진을 양성해야 한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필한 '초격차'에서 지도자는 통찰력, 판단력, 추진력, 지속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 중에서 지속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과학자는 일단 연구주제를 선정하면 성공할 때까지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셋째, 과학자는 사회기여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관련 학회와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헌신해야 한다. 또한 과학대중화를 위한 칼럼쓰기, 대중강연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의 책무를 위해서는 당연히 솔선수범이 전제돼야 한다.

[대덕넷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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