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건축가의 세상읽기

디지털 세상읽기(261) - 디지털 품앗이 세상

이순석
2022-01-27
조회수 215

돈이 없어도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 아니, 돈은 아주 훗날에 탄생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돈이 없으면 못사는 시대가 되었다. 돈 없이 사는 방법을 까맣게 잊고 있기 때문이다. 조상님들은 ‘품앗이’라는 서로 서로 품을 빌고 되갚는 방식으로 돈이 없어도 살아가는 방법을 잘 알고 실천하며 살았다. 현대에 와서도 현명한 도시 아낙들은 ‘아이돌봄 품앗이’를 통하여 자신의 가치를 키우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들을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품앗이의 한계는 주로 동종의 노동에 한하는데 있다. 만일 ‘가’라는 품을 ‘나’라는 품으로 되갚을 수 있기만 한다면, 다양한 방식의 노동교환을 통하여 돈이 없어도 필요한 것을 생산할 수 있다. 나아가, 그 품을 ‘에너지’의 형태로 일반화 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거래에도 활용할 수 있다. 그 에너지의 생성과 이동과 폐기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 굳이 ‘돈’이라는 것이 없어도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공간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갑돌이의 배추밭 거름주기에 갑순이가 품을 팔았다면, 갑돌이는 갑순이에게 ‘에너지’를 주고 온 동네 사람들에게 알린다. 갑순이는 그 에너지를 가지고 을돌이가 만든 옥가락지를 사는 방식이다. 돈이 없더라도 나의 품으로 에너지라는 신용만 쌓는 것만으로 많은 부분의 경제활동을 원만히 해낼 수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봉사라는 이름으로 그 누군가의 소중한 에너지를 갉아먹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멋진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복지시스템이나 자선단체의 도움으로부터 독립성을 키워 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 축적한 ‘그 에너지’를 ‘돈’과도 교환할 수 있게 할 수 있게 하면, 일반 경제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세상은 계약만으로 성립될 수 없고, 그 밑바탕엔 반드시 우정과 사랑이 존재가 필요하다는 시민경제론을 설파하는 루지아노 브루니의 꿈이 디지털의 역능을 만나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돈의 거래를 전제하는 계약만이 아니라, 우정과 사랑의 행위가 ‘신용’으로 기록되고 그것이 경제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화폐의 지배로부터 적당한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의 길을 꿈꿀 수 있게 해준다. 품앗이가 블록체인과 만나고 또 이들이 더 넓은 세계와의 만남이 가능해진다면, 화폐에 지배당하고 있는 근대의 경제시스템에 새롭고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키워볼 수 있으리라. ^^* #디지털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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