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건축가의 세상읽기

디지털 세상읽기(259)- 모든 존재들의 디지털 세상

이순석
2022-01-14
조회수 401

보이던 존재들이 디지털로 인하여 보이지 않는 존재로 둔갑하고 또 그 반대로 보이지 않았던 존재들이 역시 디지털로 인하여 보이는 존재로 둔갑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디지털 덕분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수없는 긴 세월동안 벌여왔던 존재론과 인식론에 대한 실랑이는 불필요하게 되었다. 감각되는 존재에 갇혀 있었던 존재론과 인식의 장에 갇혀 있었던 인식론이 디지털 덕분에 스스로의 편협함을 접을 수밖에 없다. 감각되지 않는 존재도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는 것과 인식되지 않는 존재들도 얼마든지 도처에 있었다는 사실을 디지털을 통해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기는 했으나 움직임이 없어 인식되지 않았던 존재들이 디지털의 힘을 빌어 자신들의 상태나 자신들의 체험을 표출할 수 있다. 아파트 안에 펫들의 움직임을 자동차에게 스스럼없이 말해주는 것이 좋은 예이다. 집에 항상 있었던 거실의 벽이지만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그 거실의 벽들이 자신이 보는 펫들의 개구 진 모습들을 고자질한다.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거실 벽이라는 존재가 매개가 되어 집에 홀로 있는 펫을 연결된다. 반대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인식은 하고 있었던 존재들이 디지털의 힘을 빌어 자신들의 존재를 감각의 장에 표출할 수도 있다. 자신이 아끼는 펫들이 자신에게 꾸준히 다양한 말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무슨 말인지를 알 수 없었지만, 이제 디지털의 힘을 빌어 펫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또 그 펫의 말은 전자기파라는 인식만 있었던 존재를 통하여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세상은 수많은 것들끼리의 매개를 통해서 연결되어 있음을 조금씩 조금씩 체험하며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또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런 연결을 맺어주는 모든 매개의 존재들이 각자의 인식체계를 통하여 ‘번역’에 ‘번역’의 연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어림으로 짐작할 수도 있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의 현란한 춤사위 앞에서 맥클루언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의 의미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이제 감각되는 존재들과 인식되는 존재들과 감각되지 않았던 존재들과 인식되지 않았던 존재들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이 서로 영향을 받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음을 약하지만 느낄 수 있다. 그 느낌을 하나하나 더해가며 그것을 기억하고 반응할 수 있게 되면 될수록 우리의 감수성은 폭발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기대할 수 있다. 그 헤아릴 수 없는 영향들 속에서 각자의 존재는 자신의 방식으로 순간순간을 대응하며 체험하면서 경험을 쌓고 특징이라는 부산물을 얻는다. 그 부산물은 뉴튼적 세계관으론 해석하기 불가능한 것이다. 이제는 모든 존재들이 일반상대성의 작용을 인식하며 사는 디지털 세상이 도래했다. ^^* #디지털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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