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건축가의 세상읽기

디지털 세상읽기(258)- 여전히 물질세계 속인 디지털 세상

이순석
2022-01-07
조회수 124

최근 사람 몸이 들어 갈 수 있는 iPhone에 바퀴 달린 차를 타 보게 된다. 말 그대로 ‘iPhone에 바퀴 달린 차’다. 자동차의 대쉬보드에 있던 모든 디스플레이가 사라졌다. 최소한의 법적 규제를 맞추기 위한 핸들, 변속기, 사이드밀러, 도어락 버튼 등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그나마 달려있는 물리적인 장치들도 불필요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법적 규제만 없다면, 말 그대로 버튼 하나 없는 ‘바퀴 달린 iPhone 같은 차’다.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커다란 iPad 같은 디스플레이가 하나 달렸을 뿐이다. 차라는 껍데기는 iPad와 사람들을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를 위한 안전막일 뿐이고 바퀴는 이동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 껍데기에 눈과 귀와 입과 발이 달렸을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눈으로 봐 왔던 자동차의 모든 전장품은 iPad 속에 ‘보이지 않는 오브제’로 존재한다. 소프트웨어가 뭔지 잘 모르지만,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어렴풋이 소프트웨어가 무엇인지 강렬하게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경험을 하게 된다.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허상’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가 닿는다. 보이지 않으면서도 실제 뭔가를 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뭔가를 한다는 것은 에너지가 있어야 하고 에너지는 곧 질량이 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과학적 사실과 연결시킬 수 있다면, 이제 ‘보이지 않는 물질’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칠 수 있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물질의 존재에 대한 각인이다. 그동안 우리는 감각으로 확인되는 것들에 대해서만 ‘물질’이라는 생각을 ‘조작’해왔다는 생각에도 가 닿는다. 또한, 우리의 감각이 사실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감각하지 않는 것이었구나 하는 지점까지 가 닿게 된다. 소프트웨어는 우리의 감각이 가 닿지 않는 물질세계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정말 색다른 경험을 하는 시간이다. 조금 더 나아가보면, 그 감각되지 않는 존재들이 행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흐릿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보이지 않는 물질적 어떤 존재가 있어, 사람처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바퀴 달린 iPhone 같은 차’ 하나를 통해서,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는 세상’ 속으로 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상상이 사실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의 끊임없는 상호작용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확장이 가능해진다. ‘보이지 않는 오브제’는 자유로운 복제가 가능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래비 브라이언트의 생각을 접목하면, 우리들 앞에 놓인 세상의 신기함들은 곧 무한한 것임도 생각해 낼 수 있다. 그 무한의 세상 또한 모두 물질세계 속임을 디지털을 통해서 알게 된다. ^^* #디지털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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