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건축가의 세상읽기

디지털 세상읽기(294)- 변화무쌍한 컨테이너가 가능한 디지털 세상

이순석
2022-10-07
조회수 114

오늘은 컨테이너 이야기다. 디지털과 컨테이너가 무슨 상관이냐고 물어 실지 모르겠다. 컨테이너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물품들을 안전하게 먼 곳까지 운송할 수 있게 하는 튼튼한 수송용기를 떠올린다. 요즘은 그 내구성 때문에 뚝딱 만드는 집을 만드는 구성요소로도 이해된다. 디지털세계에도 이 컨테이너라는 용어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말이다. 컴퓨터가 큰 전산실 안에 있는 집체만한 것에서 출발하여 데스크탑, 렙탑, 햅틱, 넥스텝, 워치 등의 형태로 작아지는가 싶더니, 이젠 아예 클라우드라는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그 구름 속에서 내 컴퓨터 니 컴퓨터를 구분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구분을 짓는 경계가 필요해졌다. 그렇게 구름 속의 내 컴퓨터는 내 컴퓨터를 구분하는 경계를 제공하는 컨테이너 속에 존재한다. 그것도 항상 내 컴퓨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필요로 할 때 요청하면, 컨테이너를 하나 설정하고 물리적인 CPU와 GPU와 메모리와 저장장치와 통신채널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할당하고 내가 저장해놓은 OS나 앱들의 정보를 담고 있는 컴퓨터 환경정보와 데이터들을 불러와 구름 속에 컴퓨터를 하나 정의하고 나의 단말 속으로 그 이미지를 데이터화해서 전달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단말은 그 이미지를 자신의 단말에 실시간으로 뿌려준다. 단말은 그 이미지를 재구성해주고 내가 요청하는 입력-키보드나 음성 등-을 처리해주는 성능이면 족하다. 약간 여담이지만, 우리나라가 강점인 가전제품에 구름 속의 컴퓨터 기능을 내장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이런 이야기는 또 다음에 우리나라의 주력산업들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이야기할 기회도 더 자세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해서 ‘컨테이너’에 대한 개념을 좀 더 일반화시켜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 닿는다. 뭔가를 담고 보관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컨테이너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을 담는 것도 컨테이너라고 할 수 있겠다. 하나의 개념을 담는 것도 컨테이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을 확장해나가다 보면 들뢰즈가 말한 ‘기관없는몸체’라는 말에 가 닿게 된다. 이 기관없는몸체는 곧 단독자인 실체에 1:1로 맞붙어 있는 개념이다. 그저 텅 비어 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미와 맞닿는 테두리인 셈이다. 이 기관없는몸체는 자신이 있는 시공의 환경적 상황에 결을 맞추는 형태를 입는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자신을 보자면 물질세계라는 환경에 결을 맞춘 유기체라는 형태를 입은 셈이다. 물질이라는 것이 결정을 전제를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 탓에 우리의 감각은 언제나 고정된 형태의 몸체에 익숙하지만, 우리가 기체들만 있는 공간에 존재한다면 컨테이너가 전혀 다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세계는 고정된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 구름처럼 변화무쌍하다. 그런 변화무쌍한 굶 위에 풀을 심는 것이 藝의 본래의 의미이듯이, 디지털세계에 존재자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藝의 한 영역이다. 고정된 환경 때문에 컨테이너가 고정된 것이라면, 고정되어 있지 않는 디지털세계의 컨테이너는 변화무쌍해야 한다. 컨테이너가 변화무쌍하다는 것은 타자들과의 상호작용이 더욱 변화무쌍하여 기존의 컨텍스트가 고정되어 유지될 수 없다. 컨텍스트만의 관찰로 컨테이너 속의 주인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는 세상이 다가온 것이다. 디지털세상은 에너지의 흐름을 더욱 현란하게 할 수 있다. 컨테이너가 해체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세상에 고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기회로 다가오는 거이 아니겠는가? ^^* #디지털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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