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석의 강연후기

241차_동남아 경제를 보는 눈

이순석
20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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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통사의 생각잇기 브레인 Talk 시즌15, 241차 모임에는 30년 동안 동남아시아 경제를 연구해오신 박번순 교수님을 모시고 ‘동남아 경제를 보는 눈’을 선물 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남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대중대중의 나라들이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이나 싼 맛에 즐기는 해외여행의 대상지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동남아이지만, 아세안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이 우리나라 교역대상 중 중국 다음으로 가장 큰 무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이 동남아의 일반시민들이 생각하는 한국과 한국사람과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귀를 쫑긋하게 하는 이야기들도 모두 우리의 입장, 우리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동남아 사람들 자체에 대한 관심 보다는 미-중/러의 새로운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부상하는 대안이 동암아 내지는 아세안이라는 것이 관심의 중심임을 속일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방정책이든 신남방정책이든 그들의 성장을 전제하면서 한국과의 교역의 확대라는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나마 다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들과 우리는 현대를 살아나오면서 너무나 비슷한 처지를 경험했지만 우리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그들의 성장과 우리의성장을 동시에 이끌 수 있는 방법이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박번순 교수님은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과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산업연구원을 거쳐 1991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주로 동남아 지역 경제 및 한국의 통상정책을 연구해오셨다고 합니다. 산업연구원 재직 중에는 1989년 태국의 타마샤트 대학과 싱가포르의 동남아연구원(ISEAS)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는 고려대학교 공공정책대학 경제통계학부 교수(2022년 은퇴)로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문위원 등을 겸하고 계십니다. 특히, 아세안+3(한국, 일본, 중국) 국가들이 운영한 동아시아비전그룹 II(EAVG II)의 한국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동아시아경제공동체(EAEC) 창설을 제안한 EAVG II 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한 바 있으며, 방학 기간이면 배낭을 메고 동남아의 국경을 발로 넘는 여행을 취미로 삼고 계시다고 합니다. 저서로는 『베트남: 아시아의 마지막 시장』, 『동남아 기업의 위기와 구조조정』, 『외환위기 이후 동남아 화인기업의 경영전략 변화』, 『아시아 경제 힘의 이동』, 『중국과 인도, 그 같음과 다름』, 『하나의 동아시아』 등을 펴내셨습니다.

 


"우리에겐 있고, 그들에겐 없는 것....“

 

박번순 교수님의 강연이 낯설다. 박 교수님의 강연이 낯선 것보다는 여전히 사회학자들 경제학자들의 강연이 낯설다. 집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집중할 포인트를 찾기가 힘들다. 강연이 끝나고 가만히 이유를 더듬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러면서 찾아내는 문제 하나가 있다. 같은 學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인문사회계열의 사람들이 工學, 科學, 技術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學은 해당 분야의 역사적 사건들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체적인 집대성을 기본으로 하여, 새롭게 직면하는 사태에 대한 인과적 결과에 대한 추론과 예측의 방법론을 정립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공부를 하는 사람이나 분야의 세계를 파악하고 확장하는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분야를 불문하고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관점에서의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 세상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이야기 하면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단어가 ‘학제적 접근’이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학제적 접근이 너무나 접근하기 힘든 이상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당연히 한 분야에 천착한 사람들의 앎을 쫓아가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나름의 틀들을 가진 사람들끼리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세세함을 이해하긴 힘들지만 그 계 係를 이루는 구성요소들 즉 학문적 관점에서의 관심의 대상들과 그들간의 상호작용들의 분별들에 대한 나눔만으로 각자가 다루는 係의 관점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현상에 대한 추론을 생성시킬 수 있고 그런 추론들의 연쇄들 속에서 전혀 엉뚱한 새로운 개념들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학제적 만남의 진정한 가치가 아니겠는가 싶다. 이런 관점에서 언제나 인문사회학과 과학공학기술분야의 만남에 있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의 자세를 새롭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또 하나는, 전혀 이질적인 분야의 만남에 있어서는 해당 주제에 대한 사전 학습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질문도 사변적이고 답변도 사변적이고 쌓이는 경험 또한 사변에 그칠 것이 분명하기 떄문이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 있음은 분명하다. 숨길 수 없다. 그 속에 동남아는 우리보다 못한 나라라는 인식이 깔려있음이 분명하다. 인식(認識, recognition)이란 것이 실제를 아는 것이아니라 ‘그렇게 알고 있자고 알자고 정한 것을 아는 것’이라는 것을 새통사의 모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단어다. 사람이 감각하는 실제의 세계와 지각하는 분별의 세계와 인지하는 앎의 세계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동남아를 ‘우리보다 못하고 누군가 정해 놓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보다 못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단 하나 확실한 것은 GNP, GDP 수준이고 무역 규모의 크기다. 다른 것은 정량적으로 비교하기 힘들다. 우리가 알기로 한 것이 어쩌면 이것이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동남아 전문가들 조차도 그렇게 알기로 한 것을 아는 수준에서 색안경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색의 명도의 차이만 조금 있을 뿐이지 싶다. 경제적 관점의 정량적 수치 이외의 수많은 사실들에 대한 접근이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그 편협하게 아는 것을 벗어날 길이 없다. 그들에게는 동아시아의 대륙문화와 남아시아의 해양문화가 함께한다. 우리에게 고조선이 있었고 삼국시대 통일시대로 이어지는 역사가 있다면, 그들도 그런 고유하고 찬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15~17세기의 대항해의 폭력을 맞이 하지 않았다면 그들도 그렇게 꼬꾸라지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그들의 식민지 역사는 최소 60년 이상 350년의 인도네시아도 있다. 우리는 그나마 다행이도 36의 압제만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일어날 생각이라도 해낸 것이 아닐까. 그들의 식민지의 시간과는 쨉이 되지않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제대로된 역사를 알지 못하게 되었고 우리말의 뜻도 제대로 알지못하고 글자의 의미도 제대로 알지못하는 깊은 내상을 입고 있지않는가. 도낀개낀의 처지일뿐이지 싶다. 그나마, 우린  지금과 같은 물질적 여유를 가졌다. 그렇지만, 그 여유가 정신적 여유를 가지고 오는 것까지 완성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있다. 오히려 그물질적 여유마저 지속가능한 것인가 하는 불안감에서 남방정책들을 운운하고 있는 마당이 아닌가. 우리가 살기 위해서도 동남아가 든든한 파트너로 살아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들은 모두들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을 든든한 파트너로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우리의 성장 모델 속의 구조와 역학을 밝혀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인 ’정신적 여유의 보편화‘는 그들에겐 너무 먼 이야기가 아닌가. 박 교수님께서도 짚어 주시다시피 1968년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 <동명목재>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랬던 우리나라의 산업체질을 어떤 경로와어떤 방법을 통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일반화된 이론이 존재하는가. 그 이론이 없다면 빨리 정립이 필요할 것이고, 있다면 그 이론을 현 시대의 탁월한 방법론과 접목시킨 새로운 한국식 발전모델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동남아 경제를 보는 눈>의 시간을 통해서 <우리를 제대로 아는 눈>이 필요함을 느끼는 시간이다. ^^* ##

 

정년 퇴임이라는 여유가 없는 시간에 동남아의 세계로 시선을 이끌어 주신 박번순 교수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더욱 건강한 시간이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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