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석의 강연후기

237차_ 섬을 보는 시선 & 바다의 인문학

이순석
2022-05-05
조회수 161

새통사의 생각잇기 브레인 Talk 시즌15, 237차 모임에는 지난 30년 동안 주말마다 섬과 해안을 답사하며 발로 읽어내신 김준 박사님의 섬과 바다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3년만에 다시 시작하는 강연인지라, 새통사 사람들과 직접적 연결의 상호작용을 위해서, 다음 날 아침 일찍 먼 지방에서의 강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주에서 직접 차를 몰고 와주셨습니다. 그만큼 절실함이 있었기에 우리는 하루를 넘기는 시간까지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김박사님께서는 국내 동.서.남해안 어촌을 거의 다 가보셨고, 400여 유인도도 모두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어촌 공동체를 연구하는 희귀한 사회학자가 되신 김준 박사님은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로 자분자분 낯설기만 했던 섬과 바다를 우리의 강토로 품을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주고 가셨습니다. ‘섬을 보는 시선 & 바다의 인문학’이라는 강연의 주제 속에서 드러나듯이, 섬을 통해서 각자의 존재를 되돌아보고 우리라는 세계 속의 삶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멋진 시간이었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브레인 토크에 빨려들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는 밥상 우위에 올라오는 쌀이나 꼬막의 맛 있고 없음에는 쉽게 빠지지만, 그 쌀과 꼬막이 언제까지 우리 밥상에 올라 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사유에 빠지기는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김준 박사님의 강연에 빠진 후에는 쌀 하나 꼬막 하나에도 깊은 사유의 여행이 가능해지리라 자신하게 됩니다. 강연 동영상을 놓치지 마시길 ,,,,,,,


강연동영상보기

 

김준 박사님은 어촌사회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고 광주전남연구원에서 책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면서, 지속가능한 어촌과 어업, 주민이 행복한 섬마을과 지속가능한 섬살이에 관심을 갖고 광주전남연구원에서 섬정책, 어촌정책, 지역관광, 지역문화 정책 연구를 경주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어촌사회학' '섬문화답사기 1·2·3·4' 등 전공인 사회학 외에 '바다맛기행 1·2·3' '어떤 소금을 먹을까' '물고기가 왜?' 등이 있고 갯벌과 바닷가, 섬의 자연과 문화, 풍습, 역사, 먹을거리를 다룬 책을 꾸준히 펴내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30여 년 동안 주말마다 답사한 섬과 해안을 담은 '바닷마을 인문학'(따비刊)도 펴냈고, 지난 4월에는 바닷물고기 22종을 통해 바다의 역사와 문화, 생태계의 변화, 어민들의 삶, 바다 음식, 해양 문화 교류사, 기후변화 등을 살피고, 물고기와 사람살이가 형성한 해양 문화적 계보,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정서와 식문화 변천사 등을 담은 바다인문학(인물과 사상사)를 펴냈습니다. 또한, <현대해양>에 매달 '김준의 어촌정담 漁村情談'을 연재를 통하여 우리나라 각지의 어촌마을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섬은 보이는 것이 아니다.

 

김 박사님의 독특한 표현이 뇌리를 때리고 들어온다. 갯벌은 문화다. 갯벌은 갯가에 펼쳐친 땅만을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는 말씀이시다. 물과 땅의 부산물들과 사람들과 수많은 유기물들과 생물들이 시간을 넘어 빚어져 온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갯벌이라는 것이다. 김박사님은 갯벌이라는 정의 속에 자연과 사회가 서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해주시는 것 같다. 자연과 사람들이 하나의 사회가 되어 만들어지는 것이 갯벌이라는 말씀이시다. 갯벌을 보존한답시다. 사람의 출입을 막고 봉쇄한다는 것은 갯벌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갯가에 펼쳐진 땅 위에 펼쳐진 생태계를 보존한다는 의미라는 말씀이시다. 우리의 갯벌은 그런 식으로 생명을 유지해 온 것이 아니라, 하나의 또 다른 유기체적 존재로 진화해 온 것이라는 말씀이시다. 사람이 갯가의 땅과 물을 사랑해주는 만큼 갯벌이라는 존재가 건실하고 건강해진다는 말씀이시다. 그런 건강함은 곧 아낌없이 사람에게도 전해지고 갯가의 땅에게도 전해진다는 말씀이시다. 갯벌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 갯벌은 물과 땅과 숲과 사람과 생물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사변적 실재’다. 김 박사님은 우리의 조상들은 그것을 체험하며 살아나왔다는 것을 말씀해주신다. 멋진 사유의 확장이시다. 그런 사유의 확장이 섬에 대한 독특한 시선을 만드신 것 같다. 섬 또한 물에 둘러싸인 땅으로만 정의하지 않으신다. 땅과 바다와 사람과 숲과 또 그들이 함께 만든 갯벌과 마을과 또 그 모두가 함께 만들어내는 개념적인 것들과 사변적인 것들을 모두 포함하는 총제적 개념의 섬문화라는 관점을 견지하신다. 섬의 주권을 말씀 하신다. 여기까지 따라와 보니, 섬이라는 것이 간단하지 않은 존재다. 섬을 단순히 소통의 매개체로 여기거나 육지에서 저 멀리 떨어진 소외된 존재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섬 또한 오롯한 존재로 다가온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지는 특별한 존재의식이 그 섬을 존재에 깊은 상처와 병증을 만든다. 사람들이 숭상(?)하는 ‘돈’을 만들어내는 생산성의 가치 기준이 섬을 아프게 한다. 육지의 땅 위에 태양광 판넬들이 올라 서듯이, 갯벌 위에 염전이 올라 서고 염전이 올라 선 자리에 다시 태양광 판넬이나 풍력발전기가 올라서야 한다는 논리가 우위를 점한다. 그 위에 관광이 더 생산적이라는 논리가 들어오면, 관광객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말들이 힘을 받는다. 그런 사람들의 단선적인 관성은 특별한 개성을 가진 섬의 존재성를 앗아간다. 섬마다의 개성의 말살은 그저 바다에 둘러싸인 똑같은 땅의 하나로 남겨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그러하기에, 섬에 대한 파편화된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은 섬이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갈래갈래 찢어서 각자의 방식대로 섬을 위한다는 접근을 시도한다. 육지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갈등들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어 온다. 김준 박사님은 그런 개별적인 접근의 정책적 혼란을 해결하기 위하여 섬에 대한 특별한 거버넌스위원회의 운영을 제안해주신다. 좋은 접근의 시도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명의 실천인 디지털뉴딜이 바로 그러한 접근 방식을 시도하고 있지만 특별한 실효성을 얻지 못한 채, 재정정책의 하나로 머물고 있는 현실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기업들의 Digital Transformation의 접근방법론을 함께 나누어보는 것이 더 좋은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실효성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성공한 DX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가장 먼저는 가치의 재설계다. 기존의 것에 디지털이 결합하여 새롭게 형성되는 사회적 체계가 지향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의 재설계다. 기존의 것에 디지털을 활용하는 것은 가치사슬 내의 속도의 차이를 야기하며 가치사슬의 불협화음을 만들어 낼 뿐이다. 새로운 가치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네트워크의 바깥에서 사변적으로 정의되는 ‘그 무엇’이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 중요한 대목이다. DX를 성공한 선진 기업들은 반드시 그런 가치의 재설계가 있다. 둘째는 그 일을 잘 실현할 수 있을 인재의 발탁이다. 셋째는 새로운 가치를 실현할 조직과 거버넌스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넷째는 재설계된 가치를 접근하는 판짜기다. 즉 비즈니스 모델의 수립이 필요하다. 다섯째, 실행과 반복을 통한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결국 일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시작해서 궤도에 오를 때까지 바람막이 역할을 할 수 있고 지혜를 모을 수 있는 거버넌스체계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섬을 유기체로 보는 사람과 바다 속의 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 어느 쪽이 존재자인 섬을 더욱 더 멋진 존재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 ##

 

섬과 바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주고 가신 김 준 박사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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