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강연모음

180420 제120차_ 리빙에듀-행복 레스토랑 (김은형 선생님, 한밭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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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도래하는 초연결시대의 본질을 통찰하면서,

새로운 디지털혁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술의 신기축을 탐색하는 새통사입니다. 

 

이번 120차 새통사 모임에서는 한밭고등학교에서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시는 김은형 선생님을 모시고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의 목표의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교육으로 진정한 행복의 길에 이를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지금 행복한 것인가 등에 대한 생각나누기를 하는 뜨겁고 가슴 벅찬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말 함께 하시지 못한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자리를 함께 하신 분들은 ‘행복’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갖고, 지금 이 순간 어제와는 다른 호흡으로 세상을 걷고 있을 것이다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만큼 김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학교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는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걸어오신 또는 엘리트 코스를 지향하며 걸어가고 계신 많은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큰 울림 그 자체였고 감동의 한마당이었기 때문입니다. 

  

30년의 교직생활의 중심이 오로지 애들과 애들의 미래에 향해 있음을 오롯이 보여주신 김은형 선생님은 흔히 말하는 ‘통합교육’의 실체를 보여주시며,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며, 또 그 효과를 입증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통합교육의 탁월한 아키텍쳐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탁월한 아키텍쳐는 ‘통합’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게 교육의 보편성보다는 학생들의 마음 속에 잠들어 있는 하나하나의 개별성을 깨워내고 길러내어 스스로의 행복을 찾고 키워내는 힘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아니라, 함께 하는 선생님들의 개별적 행복을 키워내는 엄청난 에너지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새삼 ‘아키텍쳐’의 중요성을 발견하는 시간이었고, 더불어, 김은형 선생님의 삶을 통해서 ‘앎’이 무엇인가,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 또 다른 바벨탑, 행복

-‘당신은 행복하십니까?’.....이 질문에 얼마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을 할 수 있을까? 자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일일이 묻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행복도를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물론 이것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상대적인 비교는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주 14일 UN 산하 자문기관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에서 전 세계 156개국을 대상으로 국민행복도를 조사해서 ‘2018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57위다. 예상했던 대로, 북유럽의 스칸디니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북유럽이 대세다.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이 top10에 랭크가 됐다. 

-그들은 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다른 수많은 사연들이 있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문화라는 이름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그리는 무늬 속에 그들의 행복을 담고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흔히 들어 본 덴마크의 휘게(hygge), 스웨덴의 피카(fika), 네덜란드의 헤절러흐(gezellig), 핀란드의 휘바휘바(Hyuvaa) 등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의 공통점은 ‘삶이 동사형’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행복하게 살 줄 안다고 해석하고 싶다. 어떻게 살면 좋은 기분이 드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이것을 조금 폼나게 표현해보자면, ‘공동체적 개인주의’가 아닐까 싶다. 반드시 개인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먼저다. 개인이 존중된다는 것은 개별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남들이 행복해 할거야라는 식의 행복에 대한 보편성의 개념은 무의미하다. 그런 토대하에서 그들은 행동하며 서로를 조율해간다. 그래서 그들의 행복은 ‘동사형’이다. 동사형은 만나고 부딪힌다. 부딪히는 가운데 서로의 희노애락애오욕을 교감한다. 그러한 가운데서 그들은 ‘공동체’의 의미를 찾았으리라 싶다. 같이 좋기 위해서는 생존과 안전은 개별성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성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으리라 짐작이 간다. 하나같이 그들 나라에서 추구하는 행복에 대한 보편성은 ‘공동체’적 의미에 해당하는 것들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을 존중하고 개성을 묵인하되 전체의 행복을 위한 희생 또한 기꺼이 감내하는 문화, 이것이 공동체적 개인주의의 본질이지 싶다. 그들은 무엇을 소유하는데 목적을 두기 보다는 하나 같이 그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즐길 것인가를 고민한다.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알기에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이 어떻게 그것을 즐기는지를 서로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만나고 담소하며 또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들의 즐거움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들의 행복은 바로 그러함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하나의 절대적 개념이다. 불행히도, 그 절대적 개념이 인간들 모두에게 행복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그냥 막연하다. 마치 스님들이 추구하는 해탈의 경지를 일반인들이 쫓는 것처럼 막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절대적 개념의 ‘행복’, ‘행복의 조건’, ‘행복의 상태’가 있을 것 같이 행동하고 사고한다. 현실세계에서 그렇지 않는 것임을 시시각각 느끼면서도 그런 것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들이 몸 속에 각인되어 있는 듯하다. 김 선생님께서는 이것을 무의식에 각인되어 있다고 하셨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그 절대 개념의 행복을 향해서 ‘공부’라는 것을 한다. 절대경지가 무의식 속에 상정되어 있기에, 일상의 모든 것에서 서로를 비교하기 바쁜 삶을 산다. 마치 누가누가 행복에 더 가까워 졌는지를 비교하듯이. 공부를 하면 행복의 절대경지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것을 ‘공부중독’이라고 하셨다. ‘공부중독’에 걸린 세상에 자연스럽게 ‘교육’이라는 것이 제국주의처럼 우리의 삶을 집어 삼켜버렸다. 삶이 교육에 식민화되어 버렸다. 그런 교육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며, 우리, 나에게서 삶을 밀어내고 공부로 나를 우리를 채워 버렸다. 삶은 공부 다음이 되어 버렸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정말 희한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어느새 삶은 존재하지 않고 공부의 계량화한 평가에 목을 매게 만들어 버렸다. 공정성을 요구한다. 그렇게 우린 행복이라는 바벨탑을 쌓아가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2. 별천지의 세상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들은 믿고 싶은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글을 쓰기 전부터 궁금해진다. 그렇지만, 엄연히 존재하지만 우리만 모르고 있었던, 영화 속의 이야기일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강연 내내 몇 번이고 나오는 눈물을 추스릴 수가 없었다. 김 선생님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아이들의 딱한 모습이 안타까워 울었고, 그런 일들을 일어나게 만든 현실이 슬퍼서 울었고, 그런 현장에서 온 몸으로 부딪히며 그 불쌍한 애들 하나하나를 안으며, 애들이 천천히 삶에 눈을 떠는 모습이 감동스러워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혼한 부모가 전화번호를 바꾸어 버려서 어디에도 오갈 데가 없는 아이가 있다. 4살 때 자신을 버리고 도망가서 살다가 온 엄마를 ‘씨발년’이라고 부르는 아이가 있다. 입학한 한 학년 전체가 정신과 치료대상자인 아이들이 있다. 입학생 거의 모두가 흡연자이고 이들 대부분이 중학생이하일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어서다. 등교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아침밥을 얻어 먹고 다니는 아이들이 없다. 쓰레기 가득한 교실에서 신입생을 맞이한다. 한번도 생일상을 받아 본 아이가 없다. 세상에 태어나서 한번도 꽃다발을 받아 본 아이가 없다. 칭찬을 한번도 받아 보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여러분들은 믿어 지시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여기저기에는 이런 모습이 일상이다. 

-왜? 행복이라는 바벨탑의 길을 쫓아가는 것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기에. 그 이전에 그들 부모들 또한 그런 학생들이었기에. 세상은 사회는 그들의 부모님을 외면하고 내평겨 쳤고 또 그들의 아이들을 내팽겨 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공부중독증에 빠진 아이들은 모두 그 자신들의 삶이 수능시험 이후로 유예되고,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 졸업 후로 유예되고, 또 시간이 흘러 자식들이 졸업하고 결혼할 때까지 유예된다. 그 속에 우리 자신의 삶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 우린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인가? 왜, 이런 희한한 세상이 이 땅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인가? 

-이런 별천지를 철학적 구조로 해석해내신 분이 있다. 일본 동경대를 나와 서울대 철학과에서 한국철학을 깊이 공부한 오구리 기조 교수다. 그 분이 쓴 책이 나왔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조성환 옮김,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017)’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기조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반만년 역사의 맥을 잇는 한국과 한국사람들에게는 주자학이 말하는 절대적 경지가 몸속에 각인되어 있다. 모든 주체들이 절대적 경지에 이른 정도로 그 주체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가 가치있는 ‘님’이 될 수도 있고, 가치가 떨어지는 ‘놈’이 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님’을 위해 줄을 선다. 그러나, ‘님-나-놈‘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절대경지와 더 가까워지면 ’님‘이 될 수 있는 것이기에, 신분의 상승을 꿈꿀 수 있다. 아뿔사. ....정말 아뿔사다. 우주의 본체라는 리(理)가 어찌 사람인 사(事)라는 존재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인가. 과학이 웃고 모든 종교가 웃을 일이 아닌가. 굳이 종교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금가지의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한 과학이 말하고 있는 것은 사람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인데.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위에서 정의되는, 즉 사랑가는 동사형 위에서 정의되는 것이 인간임을 행복지수 top10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임을 왜 우린 아직도 알지 못하고 이렇게 별천지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3. 행복의 시작은 역시 개인이다

-그동안 새통사가 축적한 지식들로부터 얻는 분명한 하나의 통찰은 바로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라는 것이다. ‘연결되어 있다’라는 것은 ‘서로간의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구분이 없다’는 것은 한 몸이라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이되 서로 통한다는 의미다. 진정한 연결은 모두 통하여 공감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함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를 만들어 낸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나’라는 담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각을 무디게 함으로써 ‘나’를 외톨이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은형 선생님은 그런 오류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새로운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몸소 실천해내고 계신다. 김 선생님은 피츠버그세터의 교육 목표와 방향을 알려주신다. ‘우리는 책임감과 자기 존중이라는 훈시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그들을 태양빛에 빛나는 멋진 건물로 초대했다. 우리는 신선한 꽃과 차의적 에너지, 아름다운 물건으로 그들을 둘러쌌다. 그들에게 유명한 예술가와 재즈음악가를 소개했다. 맛난 음식으로 그들을 먹였다. 이것이 혁신의 핵심이다’.......김 선생님은 이것을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 만들기를 도울 수 있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의 방향이라고 정의하고 이것을 ‘리빙에듀‘라고 쓰고, ’행복 레스토랑‘으로 읽어 내신다. 

-김 선생님께서 초대하는 행복 레스토랑에는 강요가 없다. 그저 세계를 직접 맞닥뜨려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하는 ‘만남’이 있다. 이러, 새로운 체험을 통하여 새로운 경험을 만끽하게 하는 ‘사유’가 있다. 그리고, ‘나’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성찰’이 있다. ‘만남-사유-성찰’은 행복레스토랑의 설계철학이다.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융합교육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그것을 실현과 실천과 운용을 위하여 온 몸을 던졌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내시는 모습에서 또 한번 감동을 주체할 수 없다. 

-몇개만 예를 들어 보자. ‘미술과 삶’이란 주제를 가진 미술융합교육프로그램은 진로를 고민하는 아이들에게는 인터리어, 페인팅, 간판기술, 건축기술 등의 기술교육을, 정서강화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미술을 통한 치료교육을, 학습부진 아이들에게는 그림을 하나의 기호체계로 하여 읽기 쓰기 등의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여 설계해내고 그 효과를 실증했다. 아이들이 핸드폰, 카메라, 사진 등을 좋아한다는 것을 간파하시고 사진과 카메라를 이용한 STEAM교육프로그램도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 냈다. 사진으로 다시 읽고 쓰는 현대시(역사), 사진기를 이용한 학생인성지도캠페인송만들기(음악), 무한등비급수와 프렉탈이야기(수학), 카메라를 통한 비판적으로 글읽기(국어), 카메라 옵스큐라로 그리는 모두의 초상(과학), 직업사진 속의 나의 미래 캐릭터 그리기(미술), 사지을로 시짓기(국어), 카메라를 통해 영어간판 재디자인하기(영어), ...... 참 기발한 수업이 많다. 한밭고등학교의 흡연예방교육 프로그램인 TACE Day 프로그램도 재미있다. Thinking, Art, Club, Entertainment 등의 세부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게 하고, 스스로 흡연을 억제해보며, 바람직한 가치관을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다. 김 선생님 정말 최고의 ‘융합교육설계 아키텍터’ 이시다. 

-지금 우리의 교실은 행복의 보편성에 입각한 잘못된 코드를 매뉴얼화해서 가르치고 있다.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행복의 개별성에 입각하여 좀 더 가치 있는 것을 코드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좀 더 품격있는 삶을 맛볼 수 있도록 코드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가정이다. 부모님이다. 부모님들의 교육에 대한 무지와 부모님들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우리나라의 교육의 비극은 시작한다. 아니 우리 모두의 무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질 해내는 행복이라는 바벨탑을 쫓는 무지가 문제다. 또 '내 눈 앞에 애가 있을 때만 작동하는 부랑ㄴ감'을 느끼는 부모님들의 무책임함이 문제다. 

-우리는 어떠한가. 연구비가 행복의 기준인가? 연구비를 많이 따는 사람이 행복에 더 가까이 가 있는 것인가? 연구자들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 

  

내 자식과 네 자식을 구분하지 못할 때 비로소 진정한 교육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품격있는 광기’를 만들어 살아가시는 김은형 선생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실이 행복레스토랑이 되는 그날이 이루어지길 함께 응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