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의 송무백열(松茂柏悅)

우리 정원에서 자라는 항암물질

,곽상수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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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물, 빛을 이용한 광합성으로 우리에게 고마운 산소, 식량, 의약품, 각종 산업 소재를 생산하는 최고의 공장(plant)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약용식물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해 왔다. 현대 의약품의 많은 부분은 식물에서 생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버드나무의 해열·진통제 아스피린, 은행나무의 혈액순환제 징코노사이드, 양귀비의 진통제 모르핀, 개똥쑥의 항말라리아제 아르테마이신 등이다.

식물에서 추출돼 상용화된 항암제로는 10여 종이 있다. 이 가운데 초본 일일초(Catharanthus roseus)와 상록교목 주목나무(Taxus spp.)는 우리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항암물질을 생산한다. 인도양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며 협죽도과 일일초(日日草·vinca)는 알카로이드 성분인 '빈블라스틴', '빈크리스틴', '비노렐빈' 3종의 천연 항암제을 생산한다. 백혈병 등 고형암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빈블라스틴은 식물 유래의 최초의 항암물질이다. 일일초 항암물질은 식물체 내 함량이 매우 낮지만 재배해 유기용매를 이용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순수하게 분리돼 사용된다.

주목나무(朱木·yew tree)에서 생산되는 '파크리탁솔'과 '도세탁셀'은 난소암·유방암 등에 효과가 우수한데 많은 식물자원에서 운 좋게 개발된 것이다. 이들 항암제는 기존의 항암제와 작용기전이 달라 항암제 내성을 가진 재발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어 더욱 소중하다. 주목나무 항암물질은 주로 나무껍질에 함유돼 있어 한사람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100년 자란 나무 5그루 정도를 훼손시켜야 얻을 수 있다. 주목나무는 생장 속도가 느리고 야생에 한정된 자원이 있어 환자를 살릴 것인가 생태계를 보호해야 할 것인가 딜레마가 있다.

연구자들은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계절에 관계없이 항암물질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식물유래 항암물질은 화학적으로 합성이 가능하지만 구조가 너무 복잡해 경제적인 양산은 어렵다. 대안으로 항암물질을 많이 생산하는 식물배양세포를 만들어 탱크배양을 통해 생산하는 것이다. 국내기업에서 주목나무 배양세포를 32t 탱크에서 성공적으로 배양해 파크리탁솔을 생산하고 있다. 일일초 항암물질은 아직 배양세포에서 대량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일일초와 주목나무가 생산하는 항암물질은 세포독성이 있어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손상을 주기 때문에 항암치료 중 탈모 등 부작용도 있다. 식물체에는 치료 효과가 있는 항암물질 외에도 많은 종류의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어 식물체 자체를 치료용으로 사용하면 절대로 안 된다. 특히 주목나무는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독화살에 사용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일일초 알카로이드 성분들은 곤충도 기피할 정도로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과다하게 사용한 화석에너지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초래해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어 UN은 1993년 생물다양성 협약을 체결하여 생물다양성 보존에 노력하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존재할 가치가 있어 보존해야 한다. 식물생명공학기술은 멸종위기 식물도 복원하고 인간에게 유용한 각종 화학물질을 배양세포에서 생산할 수 있다. 손재주가 뛰어난 우리나라의 식물조직배양기술은 세계 선두그룹에 속한다.

식물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약 3만 7000개로 동물(인간 포함)의 2만 3000여 개보다 훨씬 많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질병 치료제도 천연자원에서 개발될 수도 있다. 기후위기시대 가장 고마운 식물에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식물인간, 식물국회 표현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정원이나 산야에 있는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활용과 보존에 더 많이 노력해야 할 때다.

[중도일보 사이언스칼럼 202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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