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석의 강연후기

제211차_ 자전거 여행으로 경험하는 진정한 나그네 되기

관리자
2021-05-23
조회수 600

4dd5d13d3124c.png7f37641b1980c.png















새통사 (http://newinsight.kr) 시즌13-211차 모임에는 전 세계 오지(카라코람 하이웨이,라다크 히말라야,파미르 하이웨이,잔스카르 밸리,안데스 그레이트 디바이드 등)를 자전거로 여행한 자전거 여행가 이남석 (Namsuk Lee) 선생님과 그런 주요 9개 여행 중 5개 여행을 같이하신 이은실 (https://www.facebook.com/sintra.lee.1/) 여사님 부부가 다녀가셨다. 


1.
강연제목이 ‘자전거 여행으로 경험하는 진정한 나그네 되기’이다. 새통사 운영진으로부터의 강연일정을 받아본 후 부터, 줄곧 두 분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십 수년을 격주로 캠핑으로 전국을 돌고 휴가철에는 아무런 목적지 없이 마음가는대로 기분에 맞추어 사정에 맞추어 정체없이 떠 다닌 역마살의 경험이 있는지라, 자전거로 그것도 오지 여행을, 그것도 어딘지는 잘 모르지만 지명이 압도하는 코스를 9곳이나 다녀오고, 또 그것도 모자라 부인도 함께 5곳이나 다녀왔다는 사실 앞에서, 두 분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두 개의 큰 산’과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강연 중에 당신들께서 여행 중에 찍어오신 감동의 장면들, 추억하고 싶은 사람들과 장소들, 꽃들을 펼쳐내 주신다. 밝은 코발트 빛 파란 하늘이 가득한 사진들, 한 눈에 다 담기가 힘든 광대한 설산 풍경, 햇살에 반사되어 형용할 수 없는 화려함을 뿜어내는 황금빛 산, 아무리 둘러봐도 나무하나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한 돌자갈 산, 깎아지른 산 허리를 지팡이로 금을 그은 듯한 자갈 오솔길들 그리고 그 위로 짐 한가득 실은 자전거 또 그리고 자전거를 붙들고 선 남자, 기름 번들번들 때 국물 흐르는 시골의 사람들, 노인들, 장년들, 아낙들, 아이들 ……등등의 사진들이다.  자전거와 오지여행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사진들 속에서 고통과 어려움과 환희가 뜨거운 감동과 흥분과 외로움과 감사함과 애잔함들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이남석 선생은 여행은 90%의 고통과 10%의 어려움이라고 말씀하시는 이유들이 수많은 사진 속에 담겨 있다. 바로 이 말씀 속에서 이 선생의 여행관을 어렴풋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인들의 온갖 습관들과 익숙함을 멀리할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이 ‘오지’와 ‘자전거’이지 싶다. 인류의 문명이 최대한 지워진 곳이 바로 오지다. 문명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저 반대편 어디인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곳들, 과거가 과거로 아직 남아 있을 법한 아득한 곳들, 빨라야 하는 세상 살이에서 포기했던 근육쓰기와는 그 반대의 육체노동에 의지하는 자전거, 사서 먹는 것의 반대편, 내비게이트의 반대편, 시끌벅쩍의 반대편, 탁한 공기의 반대편, 인공의 반대편, …….. 이런 것들을 맞이할 수 있는 자전거 오지여행이기에 이 선생은 책 속에서 여행을 ‘꿈 밖에 실재하는 현실이라는 꿈을 쫓는 것’이라고 풀어내 주신 듯하다. 여행은 바로 그런 것이다. 광대한 세상의 한 쪽 구석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고 있는 가련한 나를 깨우는 일 ….그것이 여행이라는 행위가 주는 의미이지 싶다. 


2.
당연히 질문이 나온다. ‘왜, 그 힘든 여행을 하십니까?’ 어쩌면 두 분에겐 너무나 익숙한 질문이리라. 그러나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전통의 새통사 속의 질문은 그런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바로 ‘그런 여행 속에서 무엇을 추구하시는가요?’라는 질문이다. 이 선생은 자전거 오지여행이 주는 장점이자 특징들을 풀어주신다. 일상으로 부터의 벗어남, 일로 부터의 해방, 수많은 관계로 부터의 멀어짐, 소유로 부터의 해방, 겉치레로 부터의 자유함…..모두 현대의 일상 속에 굳어진 습관의 군 살을 떼어내는 일이다. 습관은 인간에게 사고의 부동성을 만들고 사물의 부동성을 만들어 세상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없게 만들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프루스트의 말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익숙함을 선호하는 뇌의 작동적 한계에 매몰되면, 인간은 스스로 사고의 성장이 정체되고 기계화되어 갈 수 있다는 뇌과학적 지식과 맥을 같이한다. 여행은 그런 습관의 먼지를 털어내어 나의 온전한 모습 세상의 온전한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복원력의 함양 시간이겠다. 그 뿐이 아니다. 이 선생께서 말씀해주신 ‘꿈 밖에 실재하는 현실’에 대한 확인이다. 이 확인은 확인에 멈추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 느낄 수 없는 것, …모든 감각할 수 없는 것들의 존재와 사태들이 대한 그 가능성에 대한 확신의 훈련이다. 사유의 지평 확장을 위한 훈련이다. 인간은 구별함과 지시(indication)함에 대한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는 스펜서-브라운의 말하는, 아는 것 저 너머에 모르는 그 무엇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게 하는 사유의 근육을 붙이는 것이다. 이쪽이 있으면 이쪽과 저쪽을 구분하는 경계가 있고 그 경계의 저편에 저쪽이 있음을 동시에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은 그런 경계의 존재를 발견하는 훈련이다. 그 훈련 위에서 경계인이 탄생한다. 경계 위에 서서 이쪽과 저쪽의 하나의 기준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이쪽과 저쪽에 치우치지 않는 힘을 갖는다. 이것이 여행이 가져다 주는 진정한 힘일 것 같다. 이것이 험한 오지 자전거여행를 하는 진정한 이유이리라. 고통은 심할 수록 감정은 오래간다는 이 선생의 말씀의 이유다. 그런 힘든 오지여행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쪽에도 저쪽에도 자신이 속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을 받으리라. 이 선생은 여행은 하는 자신을 ‘바다 위 갈매기처럼 자유’로움를 느낀다고 말씀하신다. 아 ….그래서 제목이 ‘나그네’이야기다. 나그네는 경계인이다. 


3.
누군가 행복에 대한 질문을 하셨다. 이번에는 이은실 여사께서도 함께 말씀을 나누어 주신다. 여행 중에 만난 오지의 어느 가정에서 목격한 모습에 대한 말씀으로 ‘행복’을 온전히 다 설명이 되는 것 같다. 그들은 우리로 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우유 한잔을 나누며 서로에게 감사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하신다. 오지 어디를 가도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아주 적은 정 하나라도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하신다고 하신다. (우리 인간의 DNA에는 ‘보시’가 내재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다고 책 속에 남겨 놓은 것을 함께 발견한다.) 어떻게 그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역시, 일상의 습관이 가지는 두꺼운 때가 문제다. 두꺼운 때가 우리를 무디게 만드는 것임에 틀림없다. 수많은 습관들 관례들 경험들  이 세상의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없게 만듦에 틀림없다. 철학자들이 왜 끊임없이 자신을 깨는 훈련을 하라는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두 분의 훈련하는 방법이 다르다. 이 선생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때를 거침없이 치워버림으로써 자신을 찾고 그 지점부터 다시 세상보기를 시도한다면, 이 여사께서는 있는 그대로에서 부터 그 속에 존재의 의미의 구분과 분별을 시도하시는 듯하다. 이 선생은 그래서 오지여행을 더 선호하고, 이 여사는 유서깊은 여행지를 선호하시는 듯하다. 이 선생의 종교는 불교이고 이 여사의 종교는 크리스찬이다. 두 분의 시선은 다른 듯 한 곳을 향한다. 그래서 두 분 사이에는  항상 이야기가 있을 수 밖에 없으리라. 본성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과 체험과 행위로부터의 쌓인 후성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두 사람의 시선의 차이, 그 차이의 틈 속에 무한한 이야기 꽃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으리라. 부부 자전거 여행의 좋은 점을 말씀해달라고 청했다. 이렇게 답해 주신다. 서로를 볼 수 있어 좋다, 서로 도울 수 있어서 좋다, 서로가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내 사람임을 확신할 수 있어 좋다고 하신다. 어떤 확신일까? 궁금하다. 여사께서 주신 말씀 속에 답이 있지 싶다. 자전거 여행은 자신이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특히나 오지에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자전거와 자신의 짐들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하신다. 그런 가운데   고통과 어려움을 같이 하며 ‘전우애’가 싹튼다고 하신다. 두 분은 이미 관계의 중력파를 몸으로 터득하신 분이심에 틀림없다. 코로나가 끝나고 정복하시고 하는 코스가 있으시냐고 물었다. 2개가 있다고 하셨다. 하나는 로키산맥쪽이있고 하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그 두 여정은 ‘walkintokorea (http://www.walkintokorea.com/)’와 함께 하시기로 하셨다. 함께 뜻이 있으신 분은 꼭 강연동영상을 확인해주시면 좋겠다. ^^* 이 선생께서는 요즘 홍천군 화촌면에서 또 오지(?)생활을 하고 계신다고 하신다. 또 그 생활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하니, <화촌일기> (http://san.chosun.com/m/svc/article.html...)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신다. 다음날 바로 문자를 주셨다. 새통사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하시겠다고. ^^*  때 아닌 장대박 속을 손수 운전해서 새통사와의 연을 맺어주신 이남석/이은실 부부 자전거여행자의 보시에 깊은 감동을 함께 나눠 보시길 권한다. ^^*


ETRI 이순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