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석의 강연후기

제208차_ 영화[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제작기

관리자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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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통사

 (http://newinsight.kr) 시즌13-208차 모임에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라는 2021년 개봉작의 영화감독이신 

이태겸

감독님께서 다녀 가셨다. 


1.

오늘의 강연 주제는 “당신은 바닥에 도달했을 때 독백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요?”다. 새통사 운영진들의 안내 속에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미리 보고 오면 더많은 이야기를 감독님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권고가 있었음을 뒤늦게 발견하고, 뒤늦게 영화를 보면서, 이 감독께서 강연 중에 하신 말씀들을 복귀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영화가 끝났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다.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에 읊조리듯 흘러나오는 랩을 들으며 한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작은 내방 불빛아래

드리워진 그림자에

밝힐 수 없는 진실들이

아직도 살아 숨쉬다 해

밝을수록 선명해지는

빛과 어둠의 명도

밝힐수록 흐릿해지는 

신의 선과 악의 척도

한밤중의 달빛은 

대체 누굴항해 비추는가

내가 아닌 누군가는

저 달빛을항해 웃음짓나

내려앉은 땅거미에

빛을 팔아 한숨쉬는건

길어지는 희망고문에

매달려있는 나 뿐인가

Mind check Mind check

주변이 너무 밝아

나는 맘 붙일 곳 하나없네

Mind check Mind check


-플리커테마 (작곡:김범창, 유재윤/작사:김범창/랩:민본웅)


2.

이 감독님의 화법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자신을 완전히 풀어헤친다. 자신의 살아 온 여정, 그 과정 속에서의 부침들과 기쁨들과 고민들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 속에서, 영화나 영화제작에 대한 비전공자로서 영화에 뛰어 든 사람으로서 겪어서야 할 말로 다 하기힘든 지난한 시간은 굳이 말로 다 표현하지 않아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고 또 함께 슬프하고 함께 즐거워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미 열어 펼친 이 감독의 투망 속에 이미 포위되어 있음을 발견하다. 그 속에서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없는 이해의 시간을 경험한다. 그 특이한 경험은 영화를 돌려보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영화를 보고 있는데 영화의 스토리가 아닌 이 감독의 치밀한 영화건축술이 함께 망막에 투명되어 옴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경험을 한다. 영화건축이나 디지털건축이나 건축은 맥을 같이 하는 것임을 절감하게 된다. 건축은 단순히 집이나 건물을 짓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창조적 성과나 결과물을 낳는 모든 행위는 건축행위다. 영화의 건축은 영화 속에서 감독이 의도하는 스토리의 입체가 자연스럽게 발현되어 관객의 감정 앞에 드러나게 하는 수많은 작동들을 살아움직이게 하는 구조짜기다. 구조라는 것에 대한 루만 식의 정의인 ‘다양한 변수들 간의 모순적 연계의 이론들의 배치’를 빌어오면, 이 세상의 모든 건축은 동일한 계열의 事業인 셈이다. 과묵한 스타일의 이태겸 감독이 축조해놓은 구조와 작동을 읽어내는 재미는 영화에서 풀어내고자 하는 이야기에 더욱 깊게 교감할 수 있게 해준다. 구조짜기는 판짜기의 부분이다. 판짜기의 처음은 가능하면 관련된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 속에 존재하는 모인 다양한 요소들 간의 관계를 읽고 맥락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 다음이 이야기다.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 이야기를 그냥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가슴 속에서 이야기가 살아나게 해야 하는 차이가 있는 것이 영화의 이야기다. 건축의 이야기도 매한가지이긴 하겠지만. 그런 ‘의도’가 살아나게 하기 위해서는 자원의 상태와 역량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배우’라는 존재가 절대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주어진 조건이 확인되고 조건들의 역량이 확인되면, 이제 이야기가 살아날 수있도록 영화라는 건축을 짓는다. 이 모든 것의 전제가 있다. 감독의 견해(見解). 감독만의 독특한 견해가 그 모든 것의 전제다. 명징한 견해를 갖추기 위하여 수많은 시간과 인내의 투자에 대한 이 감독님의 강조가 영화를 보는 내내 호흡처럼 깔려 있다. 이감독님의 강연동영상과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들은 본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차이’를 결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꼭 보시길 권하고 싶다.


3.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다!’ ...강연 중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감독님께서 하신 말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관객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느끼는 마음이라고 하신다. 다양하게 읽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양하게 읽힌다는 것은 구조와 작동의 배치라는 건축행위에 있어서의 허점일 수 있다는 견해로 이해가 된다. 저 깔끔한 한 마디 말씀 속에 매너리즘은 없다. 어쩌면 무역학을 공부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학창시절 탈춤판에서의 자신을 마음껏 발산했던 그 마음과 그 때의 감각 하나로 밑천으로 독학으로 배운 영화, 영화인, 영화감독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감독님은 한국사회의 특수성이 세계의 보편성으로 다가가는 것들에 대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 하신단다. 그 대표적인 것이 K-POP, 아이돌이라는 주제라고 하신다. 새통사 196차에 다녀가신 싱가폴국립대에서 아시아 비교학을 연구하시는 정호재 (

Hojai Jung

) 선생님과의 조우가 필요하신 부분이지 싶다. 한 사람은 아시아비교학자의 입장에서 또한사람은 영화감독의 입장에서의 사유의 교감이 옆에서 그저 구경하는 우리들에게 즐거울 것 같다. 또 하나는 과학분야라고 하신다.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계신다고 하신다. 틈만 나면 대전에 내려오시기로 하셨고 또 우리는 언제든지 이 감독님의 관심분야를전공하시는 과학자분들을 무조건 모셔서 대면하실 수있게 하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대덕연구단지의 과학자들은 긴장하셔야 할 것 같다. ^^* 초대에 응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인정(?)하지않을테니까...^^다시한번, 꼭 영화와 강연동영상을 봐 두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언제 불쑥 우리들 앞에 나타나실지 모르니까......나타나셔서는 분명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분명해 보인다. “당신은 바닥에 도달했을 때 독백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요?” .....아니 그보다....영화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나중에 모여서 영화건축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어 보고 싶어진다. 참 특별한 인연이 랜선을 타고도 이어짐에 또 한번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   



ETRI 이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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