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석의 강연후기

240차_Scent is Magic !

이순석
2022-05-28
조회수 216

새통사의 생각잇기 브레인 Talk 시즌15, 240차 모임에는 KT&G에서 35년 동안 “향” 또는 “향기” 연구를 해 오신 권영주 박사님을 모시고 마술 같은 향의 세계를 여행했습니다. 새통사의 시간을 통해서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쫓아보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 속의 다양한 자극에 반응한다는 것이 살아있다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며 살고 있는지의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자극되는 어느 것 하나도 우리는 자극 그 자체의 것으로 알게 된 이유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그런 자극들에 대해서 단 한가지에 대해서도 보편적인 경험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앎’을 공유하고 객관화할 수 있었던 것일까 하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달립니다. 그러는 가운데 또 하나 우리가 알 수 있게 된 것은 우리가 안다는 것은 자극에 대한 저장과 인출을 통해서 뭔가 반복되는 경험이나 감각이나 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이 앎의 처음이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이렇게 ‘분별’이 있고, 이 ‘분별’을 공유하고 이 ‘분별’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을 통해서 ...‘이것은 이렇게 알기로 하자’는 방식으로 안다는 것을 또 알게 된다는 것에 이르게 됩니다. 강연을 듣고 ‘Scent is Magic’일 수밖에 없구나를 또 알게 됩니다. ^^*

 

권영주 박사님을 소개하기 위하여 참고할 마땅한 자료를 찾기 힘듭니다. 당신의 입으로도 말씀하시는 것이 딱 KT&G에서 35년간 향 연구를 한 사람이라는 말로 담백하게 표현해주신 것으로 끝이십니다. 지금은 KT&G 중앙연구소를 은퇴하시고 특별히 마련한 전원주택에 “향(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아틀리에를 마련하여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고 힐링하는 소망을 실천하고 계십니다.

 

"향기로부터 발현되는 새로운 가설 하나"

 

권 박사님의 강연을 통해서, 구별할 수 있게 된 처음은 바로 향미(Flavor)와 향기(Fragrance)로 나눈다는 것이다. 향미는 미각과 후각이 동시에 작동한 것이고 향기는 오로지 후각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한다. 전자를 다루는 전문가를 Flavorist라고 하고 후자는 Perfumer(조향사)하고 한단다. Flavorist는 주로 천연향을 다루고, perfumer은 향의 배치를 다룬다고 한다. Flavorist가 과학의 계열에 가깝다면, pefumer는 향의 마련을 위한 배치를 다루기에 “향기 공학”으로 분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권 박사님의 향기에 대한 친절한 기본기에 대한 안내는 동영상 강연을 참고하면 좋겠다. 향의 다양한 질료들과 그의 효과성, 조향을 위한 기본 향기군의 특성들, 그리고 냄새의 표현법이나 올바른 향수 사용법 등에 대한 기초 지식들이 풍성하다.

 

권박사님꼐서 소개해주신 냄새의 표현법에 이르러 재미있는 가설 하나가 떠오른다. 먼저, 소개해주신 11가지 표현법이 재미있다. 이것을 기억해두면 맛이나 향기를 풍성하게 표현할 있을 것 같다.

 

1. 시원(Cool): 오렌지, 라임, 민트 등에서 나는 향취로써 시원하고 깨끗하고 신선한 향취를 말한다.

2. 바다(Marine): 시원하면서도 짠듯한 느낌의 바다나 물을 연상시킬 수 있는 향취를 말한다.

3. 분말(Powdery): Heliotrope, vanilla 등의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솜같이 포근한 느낌을 주는 향취를 말한다.

4. 풀(Grassy): 풀이나 잔디를 깍을 때 느껴지는 leafy green의 느낌이 드는 향취를 말한다.

5. 무거움(heavy): 자스민이나 일랑일랑 향과 같이 향이 무겁고 진하고 지속성이 우수한 향취를 말한다.

6. 가벼움(light): 감귤류 계의 향처럼 느낌이 가볍고 신선한 향취를 말한다.

7. 달콤(sweet): 부드럽고, 향기롭고 달콤한 향취를 말한다.

8. 건조함(dry): 단맛이 없는 와인, 건초 또는 분가루 등에서 느껴지는 건조하고 매마른 듯한 향취를 말한다.

9. 대지(earthy): 비가 내린 후 대지에서 올라오는 흙, 먼지, 살\afla이 어우러져 느껴지는 향취를 말한다.

10. 이끼(mossy): Oakmoss, Treemoss와같이 땅, 나무에붙어 사는 이끼류의 향취를 말한다.

11. 지방(fatty): Oil, wax 등의 냄새, 희석되면 사람의 피부와 같은 느낌을 주며, 향수에서는 에로틱한 느낌을 주는 향취를 말한다.

 

이들 표현들이 말하는 다양한 냄새들이 어우르져 음악의 인트로나 CM 같은 팔색조의 향수의 냄새 세계를 작곡하게 된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음악에도 연주되는 형식인 리토르넬로(Ritornello)가 있듯이 향기의 작곡에도 처음의 향, 중간의 향, 마지막 향의배치와 각 향들의 길이를 배치라는 작곡의 묘미가 발휘되는 세계이다. 마련은 언제나 삶을 풍성하게 하는 토대임을 숨길 수 없다.

 

권 박사님의 재미있는 향미와 향기의 세계에 대한 소개를 바탕으로 몇가지 새로운 가설들이나 질문들을 좀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철학이나 실험철학 (1730년경 분류법이지만, 현대와 와서는 어떤 분류가 적절한지 모르겠다.)에서 새로운 앎에 도전해볼 수 있는 몇가지 가설이나 질문이 될 수 있겠다. 사람에게 감각은 분명 몸 바깥의 상황을 읽는 수단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없다. 읽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읽음이다.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시각 등의 5대 감각과 감각에 대한 경험의 축적에 해당하는 육감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위험의 거리를 선취하여 안전을 도모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촉각보다는 미각, 미각보다는 후각 등의 순서로 우리의 감각이 발달해 왔을 것으로 추청할 수 있으며, 현생하는 동물군에서 가장 지속가능성의 지혜를 갖춘 사람들이 가지는 감각 능력의 순서는 육감,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순서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새통사의 지난 강연들을 통해서 감각의 세계와 인지의 세계는 인과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감각의 세계는 자연 속의 것들에 반응하는 세계이고 인지의 세계는 사람들이 그렇게 알리고 하자는 약속의 세계다. 사람은 생존을 위한 ‘알람’에 해당하는 다양한 신호들을 안다. 다양한 종류의 신호들을 감지하는 감각들이 있고, 거칠고 부드러움, 압력, 아픔, 차가움, 따뜻함, 발효와 부패, 뾰족하고 뭉턱함, 무거움 가벼움, 빠름과 느림, 가깝고 멈 등의 다양한 몸 바깥의 위험들을 지각들이 있고 질감, 맛, 향, 소리, 모양, 호불호를 구분하는 인지의 세계가 있음을 안다. 특히, 지난 시간을 통해서 소리의 세계와 진동의 세계가 구분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진동은 자연의 세계이고 소리는 우리 뇌 속의 정신세계다. 진동이라는 자극을 통해서 소리라는 것을 만들어 내고 빛이라는 것을 만들어 저장하고 인출하는 가운데 소리에 대한 다양한 특색들을 창조해내고 빛을 통해서 색과 색채와 양감과 원근감과 질감 등을 창조해냈음을 안다. 맛 시간을 통해서 자연 속의 모든 자극에 대한 반응이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안다. 진전된 분별들 덕분에 혀, 코, 눈, 귀, 살갗 등의 감각 조직들의 말단은 이들이 감지한 화학물질들과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전자기파, 진동, 압력, 열감)가 공통의 대화 상대인 ‘뇌’에게 보낼 때에는 모두 ‘전기신호’라는 동일한 형태의 신호로 바꾸어 보낸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런 알고 있는 것 위에서, 우리가 인지하는 다양한 맛과 향과 이미지와 소리와 감촉 등에 관련된 정보들을 어떻게 코드화해서 뇌에게 전달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감각기관마다의 코딩신호의 구분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을 하나 세울 수 있을것 같다. 또 하나는 우리가 맡는 냄새, 향기라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수용체”라는 화학적 물질만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촉각, 시각, 청각은 모두 몸 바깥 세계에서는 진동으로 존재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각과 후각만이 특별하게 수용체만으로 그 특징을 분별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몸 바깥의 세상에는 진동의 세계와 수용체의 세계가 혼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아니다. 다를까. 2004년 후각의 형태(수용체)이론으로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엑셀과 린다벅에 맞선 “루카투린”이 있다. 루카투린은 분자구조는 동일하지만 수소원자를 가진 머스크와 중성자 하나를 더 가진 중수소를 가진 머스크는 둘 다 분자 구조는 동일하지만 중수소를 가진 머스크 향은 양초타는 냄새가 난다는 것을 발표했다. 수용체 기반의 형태이론이 후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반증이 있는 셈이다. 루카투린은 동일한 분자구조를 가지지만 중성자 하나가 추가되어 질향이 늘러나 진동의 주파수가 달라서 냄새가 다르다는 결론을 내었다. 이른바 후각에 대한 진동이론인 셈이다. 진동이론이 후각의 일반적인 이론으로 가능하다면....주파수 변조처럼 지금보다 향을 보다 더 다양하게 제조할 수 있는 길이 생길 수도 있지 싶다. 진동이론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었다. 분자의 구조는 다르지만 동일한 원소들로 구성된 광학이성질체들은 진동이론에 의하면 질량이 같기 때문에 같은 향기를 내어야 하나 실제로는 다른 냄새를 내보낸다는 것을 확인한 실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미확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빛이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가지듯이 모든 물질은 형태와 진동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나 우리는 우리의감각이 정확히 어떻게 반응을 하고있는 것인지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과학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싶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우리는 자극들 속에서 생존하는 방편이 되는 앎들이 있게 된 후에 자연스럽게 여유, 즉 반응의 부산함이 불필요한 한가한 틈을 만들어 낼 줄 알게 되었고, 또 그 틈을 어떻게 메꾸느냐는 것이 ‘살아가는 것’임을 생각하는 시간이 된다. ^^* ##

 

마술같은 향의 세계를 소개해주신 권영주 박사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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