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강연모음

190322 제153차_ 한국영화가 디지털에 던지는 이야기(양해남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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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도래하는 초연결시대의 본질을 통찰하면서,

새로운 디지털혁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술의 신기축을 탐색하는 새통사입니다. 

 

이번 122차 새통사 모임에서는 ETRI에서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일반시민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Open Makers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백동명 책임연구원을 모시고, Robert Axelrod 미시간대 교수의 저서인 <협력의 진화(The Evolution of Cooperation, 이경식 옮김)>을 바탕으로, 이기적인 존재 또는 이기적으로 살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환경에 놓인 생물군들이 어떻게 협력적인 행동을 유발하게 되는가, 협력을 일으키는 조건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 또 그러한 협력이 편견이 가득한 환경이나 평판의 다이내믹스가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어떻게 작동할까, 규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개인이 아닌 집단 이기주의의 환경에서는 어떻게 작동될 수 있을까 등에 대한 생각 나누기를 가졌습니다. 많은 이유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처지에서 보다 나은 사회로의 발전에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Axelrod 교수의 협력이론은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세상의 무한히 연결되어 있다’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별다른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없이, 상호간의 ‘협력’이 자신의 이기심을 위하여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협력의 진화>가 말해주고 싶은 것은 어떠한 이기주의자들의 세상에서도 중앙의 통제나 지도자 없이도 호혜주의(Give & Take 정신)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들에 의하여 상호협력이 창발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인간, 국가, 심지어 우정의 개념이나 지능이 존재하지 않는 원핵생물인 박테리아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박테리아는 특정한 화학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이러한 조건부 행동(전략적 행동?)은 개체 내에서 익숙함으로 다음세대로 유전됨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유전자의 발현에 대한 조절될 수 있다는 후생유전학(epigenetics)에서 설명되고 있는 것이어서, 새삼스럽게 고등동물인 인간이 협력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부끄러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1.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형: 죄수의 딜레마

-유한한 공간, 유한한 자원의 세상인 땅에서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마치 게임을 하면서 살아가는 방식과 유사하다는 관점에서 수많은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 게임이론이 차용된다. 그리고 그 게임이론의 가장 보편적인 틀로 등장하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 모형이다. 이 모형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가장 원초적인 환경조건과 인류가 살아오면서 축적된 삶의 방식에 대한 지혜를 담고 있다. 전자는 사람이 처한 환경과 그런 환경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전형적인 행위를 모형화 했고, 후자는 사람들의 행동에 따른 인류사적 경험치인 보상 내지는 대가를 모형화 한 것이다. 간단한 모형 같지만, 인류의 지혜가 녹아있는 모형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은 정말 인간사의 많은 부분에 대한 특징을 잘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인간세상의 극단적 간략화에 대한 가정을 풀어도 기본 모형에서 설명되는 원리에 대한 반대원리가 만들어 지기어렵다는 것이 이 모델이 갖는 매력이다.

-죄수의 딜레마 모형은 두 사람이 서로 간에 완전히 격리되어 눈빛을 주고 받을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에 대한 자백을 종용받는 상황이다. 이 상황은 어쩌면 세상의 많은 경우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과거처럼 통신기술이 발달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상황은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에 이 모형은 강건하다.

-게임의 룰은 이러하다. 둘다 자백을 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 동료가 자백을 하고 자신은 버티는 경우, 동료는 자백하지 않았는데 자신은 자백을 하는 경우, 둘다 자백을 해버리는 경우등의 4가지 상황이 존재한다. 여기에 인류의 지혜를 가미한다. 인간의 심리까지 반영한 대가모형이 가미된다. 개체의 극단적인 이기심이 발휘되도록, 나 혼자만 자백하는 경우(이것을 유혹이라고 표현함, 상대방 관점에서도 똑같이)에 최고의 대가를 지불한다. 가장 낮은 대가는 상대는 자백했는데 나혼자 버터는 경우에 적용한다. 그리고 함께 버티는 (상호협력) 경우가 모두 자백 (상호배반)하는 경우보다 대가를 높게 설정한다. 이렇게 하면, 최대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유혹이 가장 강하게 작동하도록 하고, 그 다음은 상호협력, 그 다음은 상호배반, 마지막으로 호구가 되는 순으로 인류의 경험을 적용한다. 또 한가지가 있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서로를 이용하고 이용당해도 상호협력만큼은 이득을 취할 수 없게 대가를 설계한다. 즉, 유혹의 경우와 호구의 경우의 대가의 평균이 상호협력의 대가보다는 나쁘게 설정한다. 이것은 충분히 상식적이다. 이것이 모두이다. 게임의 룰은 간단한다. 

  

2. 협력의 창발조건

-Axelrod 교수는 죄수의 딜레마 모형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는 다양한 전략을 가진 사람들이 참가하는 반복적인 게임을 통하여 협력의 창발조건을 찾아낸다. 간단한 모형을 가지고 반복적인 게임을 한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크게 우리 인생사를 벗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리라.

-게임을 한번만 하는 것이라면, 각자가 최대한의 이기심을 발휘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게임을 반복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관계를 끊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현재의 게임이 다음번 게임보다 가중치가 같거나 높을 수 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만날 것이 예상된다면, 당연히 다음을 고려하는 행동양식이 싹틀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것, 즉 상대와의 지속적인 상호관계의 가능성이라는 것은 협력의 충분조건이 된다. 

-Axelrod는 교수는 이 죄수의 딜레마 모형을 통한 다양한 실험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T4T (tit for tat, 처음은 무조건 협력하고 다음번부터는 상대한 한 대로 따라하는 방법) 방식이 최후의 승자라는 것이다. 그 속에 다음과 같은 협력을 위한 필요조건이 있다. ‘첫째, 우선 상대가 협력하는 한 협력하고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둘째, 상대의 예상치 않은 배반에 응징할 수 있을 것, 셋째, 상대의 도발을 응징한 후에는 용서할 것, 넷째, 상대가 나의 행동패턴을 적응할 수 있도록 행동을 명확히 할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다시한번 풀어보자면, 각자는 상대를 응징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분명한 협력의 태도를 취하는 관대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타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행동할 수 있는 주체적 개인의 존재성이라 부르고 싶다. 이렇게 다시한번 정리해보자면, Axelrod 교수의 협력은 ‘지속적 상호작용의 가능성이 존재해야 한다’는 충분조건과 ‘주체적 개인의 존재’가 있어야 한다라는 필요조건 위에서 창발되는 것으로 정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Axelrod 교수는 ‘협력의 진화’를 이야기 한다. 요지는 이러하다. ‘첫째, 무조건적인 배신만 하는 세계에서도 협력은 싹틀 수 있다. 배신이 난무하는 세계에서도 아주 작게나마 대가성 협력을 바탕으로 서로 상호작용하는 무리가 있다면 이들로부터 협력이 진화될 수 있다. 둘째, 호혜주의를 기초로 한 전략이 수많은 전략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다. 셋째, 협력이 일단 호혜주의를 원칙으로 안착되면 덜 협력적인 전략들에 맞서 스스로 지켜낼 수 있다.’ ....

-중요한 것은 ‘아주 작게나마 대가성 협력을 바탕으로 서로 상호작용하는 무리’의 존재다. 그 무리의 존재의 핵심은 주체적 존재다. 인간은 지능을 가진 주체적 존재이다. 지능은 협력의 진화를 더욱 촉진할 수밖에 없다. 축적된 경험으로부터 행동에 대한 지혜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주체적 존재의 조건

-다시한번 정리해보자면, 어떠한 악조건 하에서도, 먼저 협력하고, 협력에 협력으로 반응해오는 상대와 그렇지 않은 상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주체적 존재의 첫째 조건은 의지력이다. 협력해야겠다는 의지가 그 첫째다. 뭔가를 해내겠다는 의지다. 함께 비전을 이루어내겠다는 의지다. 둘째는 상대를 알아보는 감성능력이다. 어떤 자극에 대하여 상대가 느끼는 희노애락애오욕을 감지해내는 능력이다. 감성능력을 키우는 하나의 방법은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다. 상상력은 간접적 경험치를 만들어낸다. 책을 읽거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상대를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예민함을 키워야 한다. 또 하나는 직접적인 감각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시간이 지나면 닫혀버리는 감각의 문을 열어둘 수 있는 의지력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의지력 다음이 감성능력이다. 감성능력의 배양은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나에게로 오는 신호들을 미리 판단하여 필터링 해내지 않고, 내 머리로 들어와 내 몸에 담겨있는 수많은 기억들과의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시시각각 나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기억들을 생산해낸다. 저장된 기억들을 바탕으로 하여, 스스로의 의지력으로, 새로운 연결에 대한 실험을 통하여 경험을 통합함으로써 지성을 축적한다. 그 과정 속에서 의식과 무의식 속에 관장되는 정보의 관계를 변경하는 ‘앎‘의 과정을 수반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이 느리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그러한 지루한 과정 다음에 반드시 멋진 대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지성이 있다. 때문에, 인간은 상호협력이 상호보상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굳이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 일어날 일을 알기 때문에. 그래서 셋째 조건은 지성이다. 

-주체적 존재의 조건은 의지, 감성, 지성이다. 감정과 이성은 본능이다. Axelrod 교수의 협력이론은 아무런 조건없이 이기심과 이기심에 따른 익숙함을 기억하는 본능만으로도, 그 어떠한 악조건 상에서도 협력을 잉태해 낼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낸다. 그리고 ‘일단 한 집단 안에서 호혜주의를 바탕으로 자리를 잡으면, 그 어떤 비협력적인 전략의 침범도 막고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이 얼마나 든든한 살아있는 빽인가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러모로 보나, 협력의 유전자를 타고 난듯 싶다. 관계지향적이고 감성적이다. 협력을 위한 주체적 존재들이다. Axelrod 교수의 수학적 증명과 후생유전학은 우리에게 DNA보다는 환경이 중요하고, 환경보다는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함을 역설해준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의 Axelrod 교수의 <협력의 진화>를 읽고, 자신의 책의 개정판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 속에 Axelrod교수의 연구를 소개하는 장을 ‘맘씨 좋은 녀석이 일등한다’는 제목으로 넣었다고 하면서, ‘...세계의 지도자들을 모두 가두어놓고 이 책을 준 다음 다 읽을 때까지 풀어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그들 개인에게 기쁨이 될 뿐만 아니라 인류를 구언하게 될 것이다. <협력의 진화>는 성경을 대체할 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추천사에 고백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또 그런 책의 존재를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백 책임의 뜨겁고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 

  

정말 오랜 시간 힘든 환경에서 버티고 이겨내어, 어려운 자리를 허락해 주신 백동명 책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언어, 경제인문사회과학자들과 과학기술자들과 일반인들의 공통언어가 될 수 있는 Open Makers가 하루빨리 세상 속으로 확산되기를 응원 드립니다.